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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2004.08.05

by 게으른 몽상가 2014. 8. 12.

 나는 누구인가?

 내게 묻고자 하는 질문은 존재론적인 본질적 자아에 대한 물음이 결코 아니다.

 

 어학연수 중인 나는, 어제 오늘 거의 모든 사고와 생각과 말하기를 영어로 해야 하는 대단한 임무를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 연일 자신 없는 목소리로 자신 없는 영어 실력을 미소로 방패삼아 나는 이야기했다. 어렵지만 가득한 호기심이 기분 좋은 자극이 되었지만 내게 곤란한 상황이 있게 마련이다. 어떻게 영어로 말해야하는 고민이 아니라, 나의 대한 질문에, 나를 소개하는 것이 매우 난감하다. 무엇을 좋아하는가? 무엇을 싫어하는가? 의 단순한 질문에 쉽게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어릴 적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아이에게 나는 무엇을 좋아해, 너는 좋아하니?’라는 질문에 친근감을 형성하며 친구가 되었던 그 오래되고 흔한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곰곰이 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는데,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호불호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사람과 사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만 가득할 뿐, 어떠한 성격, 성향, 동경의 대상, 취미를 선택한 이유, 여행을 가는 이유, 이성상등의 평소 고집스럽게 피력했던 모든 주관이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았으며 스스로에게 설명가능한 타당성 또한 부족했음을 절실히 깨닫는 어제 오늘이다.

 

 나에 대한 스무고개의 답을 완성 하는 것이 내게 가장 필요한 해답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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