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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2014.08.12

by 게으른 몽상가 2014. 8. 27.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가늠하기도 전에 사라졌다. 근래 며칠은 정신이 없었고 또 다른 근래의 며칠은 아팠다. 흔히들 겪는 물갈이를 내가 겪을 것이라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던가? 화장실을 오가며 하루밤을 지세웠고, 이틀의 밤낮을 감기 몸살로 타지에서 앓다. 병을 앓은 것인지, 내가 나를 앓은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연일 기침을 하며, 지인이 보낸 다는 약을 나는 보름이나 기다릴 예정이다. 그러하면, 나는 보름 동안 아플 예정인가?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면 괜찮은 모양이다.

 

 

 토요일, 누워있는 시간 길어져 내가 앓고 있다 생각한 나는, 나홀로 외출을 감행하기로 하다. 영어선생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외출했던 기억을 방패삼아 방향을 되짚으며 거리를 거닐다. 해변 주변에 나는 있음을 지도로 보았으나, 아직 가보지 못했다. 바다를 향해 걷다. 신기하다. 사람들, 사람들이 집 앞에 나와 부채질을 한다. 쳐다본다. 길 건너 어린아이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든다. 아이는 내가 신기한가 보다.

 나의 바다를 향한 마음이 바닷가에 즐비한 식당에 가려져 그 곳에 닿지 못하다. 뒤돌아 다가오는 지프니를 바라보다 갑자기 나는 지나치던 지프니를 잡아탔다. 한참을 숙이고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고 생각해보니 내가 가려던 행선지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는 사실이 떠오르다. 쇼핑을 가노라며 손짓발짓으로 이야기하니 승객과 운전사는 한참을 상의한 결과 내게 12페소를 내라 했다. 냈다. 그리고 알려준대로 내렸다. 별 것아니네; 영어를 배우러 온 나는 공부한 것이 무용지물임을 깨닫다. 손짓 몸짓의 세계 통용 공통어 하나면 능사인데, 무엇하러 써먹지 못할 영어를 공부하고 있나? 라고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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