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름은 끝, 유난스런 귀뚜라미 소리에 나는 밤마다 여름은 끝났다는 억지스런 위안과 함께 선풍기 앞에서 씨름하다.
덥다.
#2
연 이틀동안 몸살 감기에 시달리다. 보름가량을 정신없이 일하고 지난 주말은 공연, 그리고 뒤이은 밤샘근무. 병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 덕분에 휴일 2일동안 잠만 자다. 병문안을 명목삼아 찾아온 아라양과 제주도 여행계획을 세우며 신이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아라의 동생 웅규군과 함께 셋이서 영화를 보다. 영화 제목도 제대로 기억도 안난다. now you see me 였나? 감흥 없다. 특별한 소감도 없다. 영화의 주요 소재 처럼 마술 같은 거짓말.
할머니께서, 아프다고 죽 타령하는 손녀딸이 한심스러웠던 모양인지, 실컷 먹으라며 전복죽을 끊여 놓으셨다. 전복죽을 먹고 기운을 차리고 잠정적 이별을 겪는 오랜 친구를 만나다. 1년 정도의 연애의 절정기에는 나와의 만남이나 연락 조차 없었던 그녀는, 그 이별의 시간동안 위안을 받을 누군가가 필요하겠지. 그렇지만 뭐,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체로 회의적인 내게, 무엇하러. 여하튼 우리는 친구. 일상의 이야기을 지껄이다 넌지시 질문한다. 그래서 이별한 것인가? 아니란다. 그리고 다시 만나 금방이라도 결혼할것만 같이 이야기 한다. 나는 안다. 아직도 그를 사랑하니깐 그러겠지, 나의 여행 동행 권유에도 여행날짜가 그의 소집해제와 겹쳐 섣불리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친구의 모습이 애처롭다.
#3
결론은 현재 시각 Am 03:06. 아침 근무 시작 첫날의 오랜 습관 덕택에 지금은 잠이 오지 않는다.
#4
사랑은 하되, 나를 잃지 말것,
나는 내 스스로의 목적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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